맛을 결정하는 것
음식 바깥의 관계와 허기와 분위기가 만드는 맛
맛은 상대적인 것이다.
좋아하는 사람과 밥을 먹으면 맛있다. 맛집을 찾았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당신과 함께 먹으니 맛있다”였을 수도 있다.
엄마의 김치찌개는 남다르다. 물론 절대적인 의미에서도 맛있는 것 같지만, 다른 어떤 식당에서도 찾을 수 없는 따뜻함이라는 맛이 있다. 내가 엄마와 맺고 있는 관계가 만들어내는 맛이 아닐까.
배가 고프면 밥이 맛있다. 알렉산더 대왕도 당대의 유명한 요리사가 만든 음식을 뒤로하고 밤새 행군한 뒤에 먹는 떡 한 조각이 진미라고 했다. 공감한다. 수고하고 먹는 떡이 최고다.
군대 훈련소 교회에서 먹었던 딸기 몽쉘을 잊지 못한다. 열악한 환경이 만들어준 맛이 있다. 요즘에는 딸기 몽쉘을 쳐다보지도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기대감은 도파민을 더 분비하게 한다. 가챠도 비슷한 원리다. 그래서 나는 맛집 리뷰를 잘 찾아보지 않는다. 길을 걷다가 간판에 끌려 들어갈 때면 가챠를 뽑는 것 같다. 음식이 맛있으면 “그냥 들어왔는데 이렇게 맛있다고?”라는 반응이 나온다. 맛이 없어도 리뷰가 만든 기대가 없었으니 실망이 덜하다.
국밥집은 조금 허름해야 한다. 허름함과 비례해 생기는 기대감이 있다. 괜히 전통이 있을 것 같지 않은가. 반대로 스테이크를 먹는 공간이 허름하면 맛에 대한 기대도 떨어진다.
분위기가 만들어내는 맛이 있다. 한강의 치킨, 등산의 김밥.
적다 보니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알겠다. 좋아하는 사람과, 열악한 환경에서, 배고픈 상태로, 우연히 들어간 식당에 적절한 분위기까지 갖춰져 있다면 최고의 음식을 먹을 수 있겠다.
이상, 맛에 대한 나의 이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