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지각에 대하여
약속되지 않은 채 타인의 시간과 공간에 행사하는 권력
By recoen2024-02-18
지각을 이야기하기 전에 권력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다. 권력이란 무엇일까. 사전을 찾아보지는 않았다. 나의 경험에 근거해 정의해보자면, 권력이란 타인의 시간과 공간에 대한 지배력이다. 권력을 가진 사람은 자신의 의도대로 타인의 시간과 공간을 주도하기 때문이다.
대개의 권력은 타인과 약속을 맺은 시공간 안에서만 작동한다. 한 회사에서 대표가 나의 권력자라면, 내가 그 회사에 속해 있을 때까지만 그렇다. 독서 모임에서는 내가 참여하는 동안 모임장이 권력을 가진다.
버스를 탄 시간에는 버스 기사가 권력자다. 그가 내리라고 하면 내리고, 음료를 들지 말라고 하면 들지 않고, 조용히 하라고 하면 조용히 한다. 밖에서 만나면 그냥 아저씨다.
이렇듯 권력은 약속을 맺은 시간 안에서만 타인의 시공간을 지배한다.
그런데 간혹 예외가 있다. 지각이다.
지각은 약속되지 않았는데도 타인의 시공간에 영향력을 행사한다. 상대가 권력을 허용하지 않았는데 밀고 들어오는 것이다. 그래서 누군가 지각하면 우리는 “나를 무시하나?”라는 감정을 느끼는 것 아닐까. 이것이 나의 지론이다.
지각하는 사람은 약속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하는 사람이다.
나는 종종 약속되지 않은 권력을 행사해왔다. 미안한 일이다.
주제 /ess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