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은 사물은 자신에게 머무른 시선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럼으로써 사물은 시선을 가진 상태가 된다.

한병철

서사의 위기/p.81

사람을 바라보는 시선이 매력과 아름다움을 만든다는 것에 대하여

단상

마르셀 프루스트에게서 영감을 얻은 벤야민은 사물은 자신에게 머무른 시선을 그 안에 간직하고 있다고 가정한다. 그럼으로써 사물은 시선을 가진 상태가 된다. 시선은 사물을 빛으로 감싸는 아우라를 가진 베일을 직조해 낸다. 아우라는 곧 '바라보는 대상에서 생겨난 시선의 거리'다. 친밀하게 바라보면 사물들은 그 시선에 응답한다. "관찰된 존재 또는 관찰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존재는 시선을 열어낸다. 현상의 아우라를 경험한다는 것은 곧 시선을 열어낼 능력을 현상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무지의 기억으로부터의 발견이 이러한 과정에 해당한다." 사물은 시선이 사라져 갈 때 신비로움과 아우라를 잃는다. 그러면 그것들은 우리를 바라보지도 않고 말 걸지도 않는다. 그것들은 더 이상 그대가 아니며 그저 침묵하는 그것에 불과하다. 그렇게 세계와의 시선의 교환은 더 이상 일어나지 않는다.

사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람을 바라봄에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세상에 과연 객관적인 매력, 아름다움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 존재할까. 한 사람의 매력과 아름다움은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쌓인 사랑의 서사로 인해 극대화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