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이라는 세계
너의 신경계는 안녕하냐

독서 행위. 그 자체가 하고 싶었어. 이번 책을 읽은 것은 그 이유가 8할이야.
과거의 나와 비교했을 때, 멍청해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신경계가 불안정하다는 감각. 명확한 언어가 손에 잡히지 않는 감각. 한 가지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감각이 있었어. 여러가지 이유가 존재할 수 있겠지만, ai가 주된 이유라고 생각해. 나는 직업상 하루종일 ai를 사용해. 이 친구는 '아'하면 '어'하고 알아듣거든. 그러다보니 대충 말하게 돼. 대충 말하다보니, 대충 생각하게 돼. 하나의 일만 시키지도 않아. 여러가지 일을 시켜. 동시에 내 머릿속에도 여러가지 맥락이 한번에 올라와. 멀티태스킹을 하다보니 내 뇌가 녹아내려. ai를 사용하면서, 나는 언어를 대충 사용하게 되었고, 멀티태스킹으로 인해 집중력을 잃어버렸어. 나는 멍청해진거야.
이 상태를 회복시킬 수 있는 방법에는 명상도 있겠지만, '독서'도 유효한 방법이야. '편안전활'라고 하던가. 감정을 담당하는 편도체가 활성화되면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비활성화돼. 이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성화되면, 편도체가 비활성화돼. 뇌의 이 두 기관은 시소와 같아. 명상을 하면 자연스레 편도체가 안정되고, 전두엽이 활성화되는 효과가 있어. 독서도 마찬가지야. 책을 읽으면서 언어를 이해하고, 논리를 파악해. 이 과정 속에서 이성을 사용해. 뿐만 아니라, 글을 읽어내려가다가 딴 생각을 해. 내 행위의 기준점이 '글을 읽는다'에 있기 때문에, '아 내가 금방 글을 읽지 않고, 딴 생각을 했구나'를 금방 알아차릴 수 있어. '메타인지'의 행위가 일어나는 것이지. 이 '메타인지'가 일어나는 순간 전두엽이 활성화돼. 또한 글을 읽다보면 내가 지금 읽은 내용을 이해했다, 이해하지 못했다는 감각도 생겨. 여기서도 '메타인지'가 사용되는거야. 이렇게 전두엽이 점점 활성화되면, 내 편도체는 안정화돼. 명상을 해도 되겠지만, 나는 독서가 더 집중이 잘 돼. 그리고 얻는 내용이 있어. 그래서 읽었어.
이 책은 좋은 책이었느냐. 사실 잘 모르겠어. 나에겐 밍숭맹숭한 책이었어.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라고 말해주고 있지만, 꽤나 당연한 이야기들이라는 생각을 했어. 그럼에도 '독서행위'를 하기엔 적절한 책이었어. 내용이 너무 쉬웠고, 책 페이지가 넘어가는 감각이 좋았기 때문이야. 잠들기전 10분.내 편도체를 안정화시킨다. 전두엽을 활성화한다. 그 상태로 잠에 든다. 잠들기 전, 내 뇌의 상태는 다음 날 내 컨디션이 된다. 이 행위에 그저 적절한 책이었어.
얻은 내용이 없었느냐. 있어. 그것만 간단히 소개해볼게.
1. 유익이 되는 공부만 하지는 말자.
동의하는 말이야. 내적 동기와 외적 동기라는 개념이 있어. 내적 동기는 '행위 그 자체'에 목적이 있는 것. 외적 동기는 '행위 외부'에 동기가 있는 것이야. 꼬마 아이가 수학공부를 열심히하는 이유가 시험을 잘치면 엄마가 초콜릿을 준다고 했기 때문이라면, 수학 외부에 있는 '초콜릿'이 동기야. 이게 외적 동기지. 만약 수학 그 자체에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면, 그걸 우리는 내적 동기라 불러. 무엇이 더 효율적인 학습이냐. 압도적으로 내적 동기가 효율적이야. 주제 그 자체를 즐기며 학습할 때 우리는 오래 기억하고, 창의적이게 되며, 몰입해.
일을 하기 시작하며, 나는 다양한 핑계로 유익이 되는 공부를 찾는 비율이 늘었어.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공부, 어쨌든 미래에 돈을 벌기에 도움이 되는 공부, 전략적으로 무언가를 얻기 위한 공부. 단순히 호기심을 가지고 그 자체로 유익을 얻기 위한 공부는 거의 사라졌어. 비율로 따지면, 외적 동기로 인한 공부 9.5, 내적 동기로 인한 공부 0.5. 심지어 공부시간 자체도 줄었어. 대학생 시절의 나를 돌아보면 외적 동기로 인한 공부 0.5, 내적 동기로 인한 공부 9.5, 심지어 절대적인 공부 시간 자체도 많았어. 그 시절에 누릴 수 있는 지적인 즐거움이 있었어. 요즘 나는 그게 그립나보다. 아니 대학생 시절 이후 그게 그립나보다.
어쩌면 가장 순수한 행위는 호기심일지도. 유익이 되기 때문에 하는 공부를 피하면서도, 결국에 유익이 되게하는 방법. 내가 하는 일에 호기심을 갖기. 지금으로써 내가 해볼 수 있는 최선의 해결책일까. 현실 감각을 잃지 않으면서도, 몰입과 창의성을 유지할 수 있는 방법. 내 손에 닿아있는 것들을 향해 최선을 다해 호기심을 가지고 질문을 던질 것. 적극적으로 질문에 대한 대답을 찾아갈 것. 이런 다짐을 해보면서도 무언가 갑갑하단 말이다.
2. 꼭 퇴사해야만,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을까.
나는 인문학을 좋아하고, 무언가를 가르치는걸 좋아하는 사람이야. 지금은 개발을 하고, PM 일을 하고 있으니, 조금 분야가 다르지 않는가. 그러니 내가 종종 퇴사를 꿈꾸면서 인문학과 관련한 무언가를 사람들에게 가르치고, 그들의 눈빛이 반짝이는 것을 보고 싶어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이야. 그치만 퇴사를 하고 거기에 집중한다는 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여. 용기가 필요한 일이지. 책을 읽다보니, 아인슈타인도 칸트도 굳이 퇴사를 하지 않고 자기 일을 하면서 남는 시간에 과학을 공부하고 철학을 공부했더라. (물론 그들은 천재이긴해.) 생각해보니 니콜라스 루만도 그랬어. 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남는 시간에 사회학에 대해서 독학을 하고 글을 써서 한 대학의 교수에게 보냈더니 교수를 해볼 생각이 없느냐는 제안을 받았어. 그렇게 교수직 생활이 시작된거다. 멋진 사람이여.
나는 천재가 아니긴한데, 그들처럼 철학이나 인문학에 관심은 많다. 괜히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나도 희망이 생기잖아. 사람이 그래도 희망이라는게 있으면 움직이는 법이거든. 그래서 퇴사를 안해도, 좋아하는 일을 시작할 수 있다고 믿어보려고.
독후감을 쓴 이유도 마찬가지야. 독서라는 행위를 통해 내 신경계를 안정화시키고 싶었다면, 직접 글을 쓰고 문맥을 다듬으면서 내 언어능력을 다시 교정하고 싶었어. 아아 이제 잠을 좀 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