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신경 끄기의 기술

고통 없는 선택을 찾지 않기로 했다

By recoen2026-05-03
신경 끄기의 기술

꽤 오래전, 소모임이라는 앱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다. 모임이 끝나고 나오는 길에 같이 참석했던 사람과 대화를 나누다 추천받은 책이 『신경 끄기의 기술』이었다. 단순한 자기계발서 같지 않고, 스스로는 많은 인사이트를 얻은 책이라고 했다. 그 이후로도 주변에서 이 책의 이름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을 봐왔다. 내 인지 어딘가에 언젠가 읽으면 좋겠다고 남아 있던 책이다.

책장에 꽂혀 있던 이 책은, 지하철로 이동하는 동안 무슨 책을 읽을까 고민하던 차에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집어 든 책이다.

책의 제목은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이는 불필요한 것들에 대한 신경을 끄고, 집중해야 할 것에만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더 나아가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혹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를 얻기 위해서 수반되는 고통에 대해 신경을 끄는 것을 말한다.

나는 이 말에 동의한다. 내가 인상 깊게 읽은 책 중 『아직도 가야 할 길』이라는 책이 있다. 이 책의 첫 챕터에서는 고통에 대해 다루는데,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훈육 중 하나는 고통을 받아들이는 방법이라고 말한다. 세상에는 필연적으로 고통이 따르며, 그 고통을 수용할 줄 아는가가 성숙한 인간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신경 끄기의 기술』도 비슷한 진리를 말한다. 고통은 피할 수 없다. 고통은 반드시 수반된다. 그러니 고통을 피하는 일에 신경을 쓰기보다, 내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끼는 가치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 말로 마크 맨슨이 '아무것에도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마크 맨슨이 '목표에 따르는 역경에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자신이 보기에 옳거나 중요하거나 고귀한 것을 하기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열 받게 하는 것쯤은 신경 쓰지 않음을 의미한다. p.32

한 문제를 해결하면 곧 다른 문제가 잇따르지. 문제없는 삶을 꿈꾸지 마. 그런 건 없어. 그 대신 좋은 문제로 가득한 삶을 꿈꾸도록 해. p.47

사실 이 내용이 내가 책을 읽고서 유일하게 남기고 싶은 한 가지이다. 고통을 피하려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것은 맞지만, 오히려 고통을 기꺼이 감내하겠다는 태도는 나를 강하게 한다.

이 말이 내게 유독 남았던 이유는, 이 책을 읽을 당시 내가 어떤 선택을 고민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의 나는 완벽한 선택을 하고 싶었다. 더 나은 선택을 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하면 선택 이후에 찾아올 후회와 아쉬움을 피하고 싶었던 마음이 컸다. 고통의 여지가 없는 선택지를 찾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며 생각이 조금 움직였다. 문제없는 삶이 없듯이, 고통 없는 선택도 없다. 어떤 선택을 해도 선택하지 않은 가능성은 남고, 그 가능성은 언젠가 후회나 아쉬움의 얼굴로 찾아올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감정이 찾아온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다. 후회가 느껴진다고 해서 그 선택이 곧 후회할 선택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아쉬움이 남는다고 해서 그 길이 틀렸다는 뜻도 아니다. 선택한다는 것은 언제나 다른 가능성을 내려놓는 일이고, 내려놓은 가능성이 마음을 건드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니 내가 배운 것은 더 완벽한 선택 기준이 아니었다. 오히려 선택 이후의 감정을 대하는 태도였다. 신경을 끈다는 것은 후회와 아쉬움을 없애는 일이 아니라, 그 감정이 나의 판단 전체를 장악하지 못하게 하는 일이다.

나는 이제 고통 없는 선택을 찾기보다, 내가 감당할 고통이 무엇인지 알고 선택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주제 /PsychologyPhilosoph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