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애니멀
두 사람의 일생을 따라가며 배우는 관계와 무의식의 심리학

『소셜 애니멀』은 에리카와 해럴드라는 두 사람이 태어나고, 자라고, 만나고, 성장하고, 늙어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따라가며 그 배경에 놓인 심리학을 설명한다. 한편으로는 두 사람의 일생을 그린 소설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의 삶에서 마주하는 심리를 두루 다룬 방대한 개론서다.
너무 많은 이론이 정돈되지 않은 채 지나간다는 단점도 있다. 그러나 이야기의 개연성이 좋았고, 심리학의 지도를 처음 그린다는 마음으로 읽으니 충분히 유익했다. 모든 내용을 요약하기보다 내게 오래 남은 네 가지를 기록한다.
부모와의 대화가 만드는 정서적 기반
해럴드의 부모는 아이가 어려움을 겪을 때 자신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준다. 아이는 어른이 마음을 열어 보여주는 순간 특별한 영역에 초대받은 듯한 감각을 느낀다. 동시에 어른이 감정을 다루고 안정을 되찾는 과정을 간접적으로 배우며 마음속에 하나의 모델을 세운다.
부모와의 풍부한 대화는 어휘와 언어 능력에도 영향을 준다. 언어는 모든 학습의 기초이므로 어린 시절의 긴밀한 대화는 관계와 감정, 배움의 토대를 함께 만든다. 언젠가 좋은 부모가 되고 싶은 내게 오래 쌓아둘 만한 지식이었다.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공부
고등학생 해럴드는 좋은 선생을 만나 그리스인의 삶에 몰두한다. 좋은 선생을 만난 그가 부러웠고, 무엇보다 다른 목적 없이 호기심 자체에 충실한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오늘의 공부에는 흔히 더 높은 목적이 붙는다. 돈을 벌기 위해, 좋은 성적이나 대학을 얻기 위해 공부한다. 그러나 해럴드는 그리스인을 연구해 무엇을 성취하려 하지 않았다. 궁금했기 때문에 공부했다. 행위와 목적이 일치하는 삶을 볼 때 나는 청량함과 아름다움을 느낀다.
그리스인들을 이끈 ‘투모스’는 유명세가 아니라 타인의 진심 어린 존경에서 오는 명예에 대한 욕구였다. 완전한 동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돈과 점수만을 향한 동기보다 삶의 본질에 조금 더 가까워 보였다. 나 역시 자연스럽고 나다운 삶, 행위 자체가 목적이 되는 삶을 오래 원해왔다.
자기통제력은 지각에서 시작된다
책은 자기통제력을 단순히 행동과 이성을 억누르는 능력으로 설명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사물을 올바르게 지각하는 능력이다.
교사를 존중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인식하는 학생은 화가 나더라도 교실 안에서 폭력적으로 반응하지 않는다. 매 순간 감정을 억압해서가 아니라 상황을 보는 기본 틀이 다르기 때문이다. 행동을 바꾸려면 먼저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정체성을 바로 세우고 그것을 반복해서 떠올려야 한다는 말과도 연결된다.
의지를 계속 소모하는 것보다 세계를 보는 방식을 바꾸는 편이 에너지 비용이 적다. 나는 어떤 방식으로 사물과 사람을 인식할 것인가. 자기통제력을 생각하는 새로운 질문이었다.
죽음 앞에서 남는 질문
해럴드의 마지막에 던져진 질문들은 나를 오래 붙잡았다.
- 나는 나 자신을 깊이 있는 존재로 만들었는가?
- 피상적으로 살기 쉬운 즉각적 소통의 문화 속에서, 본질적인 재능을 개발하며 중요한 일에 시간을 썼는가?
- 내면 세계가 풍성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했는가?
특히 두 번째 질문 앞에서 나의 본질적인 재능이 무엇인지 생각했다. 인생의 진리를 오래 고찰하고, 그것을 언어로 정리해준 책을 만나고,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과 나눌 때 나는 충만함을 느꼈다. 상대의 머릿속에 섬광이 켜지는 순간이 즐거워서 글을 쓰고 말을 하고 싶었다.
하지만 요즘은 쫓기듯 책을 읽고 글을 쓴다. 내일의 발표와 구현해야 할 기능, 공부해야 할 것이 떠오르면 나를 나답게 만드는 질문은 멀어진다. 나는 잘 살고 있는가. 얼마나 나답게 살고 있는가.
『소셜 애니멀』은 두 사람의 생을 들여다보며 심리학의 넓은 지도를 얻고, 동시에 내 삶을 향한 질문을 되찾게 해준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