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앞의 생
눈물과 애매함 속에서도 끝내 사랑할 사람을 찾는 모모의 생

이 글에는 작품의 주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또 한 권의 인생책을 발견했다. 리뷰를 의식하며 읽는 것이 문학적 감수성의 낭비처럼 느껴져 그냥 책에 빠졌고, 어린 모모에게 산다는 것에 대해 듣기로 했다.
모모는 하밀 할아버지에게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는지 묻는다. 할아버지는 그렇다고 대답한 뒤 부끄러운 듯 고개를 숙이고 운다. 소설 전체는 그 질문을 오래 품고 간다.
관심받고 싶은 아이
고아인 모모는 로자 아줌마가 사랑해서 자신을 돌보는 줄 알았다가 누군가 돈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밤새 운다. 엄마를 만나기 위해 배가 아픈 척하고 발작을 일으켜도 아무도 오지 않는다.
관심을 확인하려고 가게 물건을 훔치고 일부러 들키길 기다린다. 따귀를 맞으면 자신에게 관심 있는 사람이 존재한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어느 가게 주인은 벌을 주는 대신 머리를 쓰다듬고 달걀 하나를 더 건네며 귀엽다고 말한다. 모모는 손에 달걀을 든 채 오전 내내 그 자리에 서 있다.
정죄를 예상한 자리에 용서가 들어오자 아이는 희망 비슷한 것을 맛본다. 이 장면에서 나는 죄 없는 사람이 먼저 돌을 던지라고 말한 뒤 여인을 일으킨 예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인간은 원래 울게 되어 있다
로자 아줌마는 때때로 하루 종일 운다. 모모는 그 시간을 아줌마가 가장 행복한 때라고 말한다. 슬픔이 늘 나쁜 감정만은 아니고, 어떤 순간에는 마음이 자기 자신에게 돌아오는 달콤한 시간이 되기도 한다.
로자의 건강이 나빠지고 생계가 어려워지자 모모는 거리에서 돈을 벌려 한다. 그러면서 인간 안에는 붙박이장처럼 눈물이 들어 있어 원래 울게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열 살 아이의 말은 삶이 눈물과 사랑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문장처럼 들렸다.
완전히 희거나 검은 것은 없다
하밀 할아버지는 흰색도 검은색을 숨기고 검은색도 흰색을 품는다고 말한다. 나는 한동안 모든 것을 정의하고 정답을 붙여야 안심했다. 그러나 어느 순간 인생을 가장 잘 설명하는 말이 ‘애매함’일 수 있다고 느꼈다.
신도 인간의 언어로 완전히 정의할 수 없고, 사람 역시 한 모습으로 규정할 수 없는 복잡한 존재다. 우리는 상황마다 다른 얼굴을 쓰며 산다. 타인을 향해 성급한 정의를 내리는 대신 애매함 속에 머무를 줄 알아야 한다.
사랑이 아름다움을 만든다
로자의 치매가 깊어져 스스로 몸을 가리지 못하고 냄새가 나도 모모는 더 꼭 껴안는다. 혹시 자기가 역겨워한다고 오해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소설 내내 로자를 못생겼다고 묘사하던 모모는 훗날 그녀가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고 말한다. 아름다움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달려 있다.
『어린 왕자』의 여우가 말한 ‘길들임’이 떠올랐다. 세상에 아름다운 장미는 많지만 함께 시간을 보내고 관계의 방식을 만든 장미는 대체할 수 없다. 사랑할 대상이 미리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익숙해지고 필요한 존재가 되는 과정이 사랑을 만든다.
사랑해야 한다
모모는 누구보다 사랑이 필요했고, 동시에 가까운 사람을 누구보다 깊이 사랑했다. 로자가 냄새가 나든 정신이 온전하지 않든 상관없이 둘은 서로에게 필요한, 서로 길들여진 존재였다.
처음의 질문에 하밀 할아버지는 사람이 사랑 없이도 살 수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험난한 생을 통과한 모모는 끝내 다르게 말한다. 사람은 사랑할 사람 없이는 살 수 없다.
인생은 완전히 이해되지 않고 한동안 우리를 어리둥절하게 한다. 그래도 사랑할 사람이 있고 감정을 쏟을 대상이 있다면 살아갈 이유가 생긴다. 마지막에 남는 말은 단순하다. 사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