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팀워크의 부활

사이가 좋은 팀과 팀워크가 좋은 팀은 어떻게 다른가

By recoen2025-12-15
팀워크의 부활

저는 개발자가 되면 하루 종일 컴퓨터만 쳐다보고 혼자서 일할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막상 회사에서 돈을 받고 일을 해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개발은 대개 리소스가 많이 드는 작업이고, 팀으로 함께 일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저는 컴퓨터만 보고 일하면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팀으로 일하는 것도 즐겁다는 것을 많이 느낍니다. 특히 지금 회사에서 그런 팀워크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팀원으로 지내면서도 팀워크의 정의를 생각해본 적이 없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팀워크를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본 적도 별로 없습니다. 원래 위기를 느낄 때에야 비로소 하던 행위의 정의를 묻고 더 나은 방법을 모색하기 마련이니까요. 하지만 『팀워크의 부활』은 꽤 괜찮은 팀워크를 가졌다고 생각했던 우리 팀은 어떤 상황인지, 혹시 더 나아질 방법은 없는지 생각해보게 한 책이었습니다.

책은 소설을 기반으로 내용을 구성합니다. 무너져가던 회사에 새로운 CEO가 들어옵니다. 그는 ‘팀워크의 다섯 가지 함정’이라는 이론을 토대로 임원진의 팀워크를 새롭게 만들고 회사를 부활시킵니다. 마지막 장은 이 다섯 가지 함정을 설명하는 데 할애합니다.

저는 이 이론을 토대로 우리 팀의 현재 상황을 분석해보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1. 신뢰의 부재

첫 번째 함정은 신뢰의 부재입니다. 서로를 신뢰하지 않을 때 의미 있는 의사소통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중요합니다. 나의 취약점을 드러내도 상대방의 신뢰를 잃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없으면,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거나 문제점을 지적할 수 없습니다.

우리 팀에는 신뢰가 쌓여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취약성에는 실수와 지식의 부재가 있습니다. 먼저 실수에 관해서는, 서로 실수와 문제를 공개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습니다. 본인이 작성한 코드에서 문제점이 발견되어도 즉시 제보하는 문화가 있습니다.

무엇이 이런 문화를 만들었는지 생각해보았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실수’를 바라보는 관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 팀 안에는 ‘사람은 실수할 수밖에 없다’와 ‘실수는 시스템으로 방지한다’라는 전제가 있습니다. 누군가의 실수로 문제가 발생해도 특정한 사람을 추궁하는 방식으로 대화가 이어진 적이 없습니다. 대화는 ‘문제가 어디에 있지? → 이 문제는 왜 발생했지? → 이 문제를 시스템적으로 방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방향으로 이어집니다. 저 또한 개발자로서 회사에서 장애를 일으킨 적이 몇 번 있고 동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때 동료들이 저를, 제가 동료들을 추궁한 적은 없습니다. 모두가 함께 시스템을 탓하고 시스템을 개선하는 방향으로 머리를 맞댔습니다.

이런 문화는 실수를 감추는 것을 방지합니다. 실수를 했느냐보다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동작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화를 만듭니다.

다음은 지식의 부재입니다. 우리 팀에는 특정한 지식을 모른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문화가 있습니다. 서로를 신뢰하기 때문입니다. 특정한 지식을 아는지보다 그 사람의 논리적 사고력과 일에 대한 태도를 통해 신뢰를 느낍니다. 모르는 지식은 채우면 됩니다. 서로의 논리적 사고력과 일에 대한 태도를 인정하기 때문에,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말하고 알려달라고 요청하기를 부끄러워하지 않습니다.

2. 갈등 회피

두 번째 함정은 갈등 회피입니다. 회사의 본질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입니다. 평화를 유지하는 것보다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문제 해결을 위해 서로 다른 의견을 주고받다 보면 평화가 깨질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충돌을 감내해야 합니다. 평화만 유지한 채 나온 의견은 품질이 낮을 수밖에 없고, 혁신도 나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우리 팀에서 논쟁했던 순간은 주로 설계와 기획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설계에 대해서는 서로 가감 없이 이야기해왔습니다. 이 설계는 비즈니스의 요구사항을 잘 반영하는가? 추후 변경될 요구사항에 대응할 수 있는가? 유지보수에 문제는 없는가? 일하는 중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해 이런 토론을 하고 서로가 충분히 납득할 때까지 이야기합니다.

기획에서도 새로운 안이 나올 때마다 왜 이것을 하는지 묻습니다. 그 이유에 공감되지 않으면 잘 이해되지 않는다고 이야기하고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묻기도 합니다. 두 번째 함정까지는 큰 문제가 없다고 느꼈습니다.

3. 헌신의 부족

세 번째부터는 자신이 없어졌습니다. 헌신의 부족은 명확성이 부족해 팀원들이 결정에 동의하거나 전적으로 헌신할 수 있는 결정을 내리지 못할 때 발생합니다. 여기서 명확성이란 역할과 책임에 대한 명확한 합의, 목적과 비전에 대한 명확한 소통, 자신이 큰 그림에 어떻게 기여하는지에 대한 명확한 이해 등을 말합니다.

이 부분은 아쉬운 점입니다. 우리 팀이 내부적으로 소통하며 기획한 기능에는 명확성이 있었습니다. 신뢰를 기반으로 의견의 충돌을 감수하며 기획했기 때문입니다. 반면 제가 회사에서 일하는 동안 3분의 1, 혹은 절반 이상의 기능은 내부적으로 결정한 것이 아니라 더 윗단에서 ‘이번에 이것을 했으면 좋겠어’라는 방식으로 주어졌습니다. 더 큰 문제는 윗단과 소통하는 팀장님도 그 기획에 동의하지 못한 채 작업해야 했다는 것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제 안에서도, 팀 안에서도 헌신이 부족했습니다. 회사의 공동 목표를 바라보기보다 ‘회사는 회사고 나는 나의 커리어를 챙겨야겠다’라는 사고방식으로 이어졌던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책에 따르면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더라도 모두가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합니다. 이 부분은 아직 물음표로 남아 있습니다. 헌신을 가능하게 만드는 ‘명확성’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4. 책임 회피

책임 회피라는 함정의 반대는 책임 추궁입니다. 높은 수준의 성과와 태도를 서로에게 요구하는 모습입니다. 이 부분에서도 우리 팀은 뚜렷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이 건강하게 이루어지는 것을 직접 본 적이 없어 아직 이것이 좋은 것인지 확신이 없습니다. 미국 문화에 더 어울리는 요소는 아닐까요? 한국 문화에서도 팀 빌딩에 중요한 요소일까요? 서로 기분이 나쁘지 않은 방식으로 더 나은 자세와 성과를 요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좋은 사례가 있다면 듣고 배우고 싶습니다. 모임에서도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은 주제입니다.

5. 결과 무시

‘결과 무시’는 팀워크의 함정이 낳는 최악의 결과입니다. 공동의 목표를 희생시키고 개인의 목표를 추구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반대는 공동의 목표에 헌신하는 모습입니다.

이 또한 우리 팀의 아쉬운 모습입니다. 현재 우리 팀에는 명확한 목표와 비전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함께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감각이 없습니다. 이를 기대하며 팀장님에게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아직 해소되지 못했고, 이제 그 팀장님은 회사에 존재하지도 않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우리 팀원들은 일에 진심이고 진정성을 추구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를 포함해 이들은 언제나 추구할 만한 비전과 목표를 요구합니다. 거기에 헌신하고 싶은 욕구가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 부분이 부족해 무언가 허전한 마음으로 주어진 스프린트를 소화하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섯 가지 함정을 토대로 우리 팀을 분석해보길 잘했습니다. 처음 독후감을 쓰기 시작할 때만 해도 저는 우리 팀의 팀워크가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우리 팀은 정말 사이가 좋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한 단계씩 작성할수록 상황이 그리 좋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팀워크는 단순히 사이좋게 지냄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공동의 목표를 해결하기 위한 연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팀은 아직 부족합니다. 점수를 매긴다면 5점 중 2점입니다. 3, 4, 5단계가 부족하다고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1, 2단계도 마찬가지겠지만 3단계부터는 리더의 역할이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방향성과 목표가 무엇이냐에 따라 팀워크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팀원이 리더를 지원할 방법도 모색해야 하지만, 리더가 해야 할 역할도 분명히 있습니다.

저는 무언가를 수행할 때 메타인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내가 지금 하는 행동을 조금 더 먼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죠. 이 메타인지에서 정말 중요한 요소는 ‘기준’입니다. 지금 하는 행위를 바라볼 기준점이 없다면 메타인지를 키우기 어렵습니다. 이번 책을 읽으며 팀워크를 메타인지할 수 있었습니다. 다섯 가지 함정을 기준으로 우리 팀의 팀워크를 다시 점검했고, 어떤 부분을 고쳐나가야 할지 알 수 있었습니다.

이번 독서를 통해 몇 가지 질문이 생겼습니다. 헌신을 가능하게 하는 명확성은 어떻게 만드는가? 서로에게 더 나은 성과와 자세를 요구하면서도 기분 나쁘지 않게 할 수 있는가? 리더가 명확성을 만들어주지 못한다면 팀원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이 질문들을 모임에서 함께 이야기해보고 싶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알게 된 것은 사이가 좋은 것과 팀워크가 좋은 것은 별개의 일이라는 것입니다. 우리 팀은 전자는 충분해 보입니다. 하지만 후자는 앞으로도 채워나가야 할 영역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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