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사람이길 포기하면 편안해지지
내 안의 적당한 악과 함께 살아갈 때 생기는 자유

나는 책을 백 권 읽으면 에세이는 한 권 읽을까 말까 할 정도로 잘 읽지 않는다. 어쩌면 소노 아야코 말고는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군대에서 우연히 집어든 『약간의 거리를 둔다』를 읽고 이 작가에게 빠져들었다. 내가 그녀에게 매력을 느끼는 이유는 회색적인 사고방식 때문이다. 세상 어느 것도 완전히 검거나 희지 않고, 모든 것이 어느 정도 회색이라는 생각이다.
실패에도 어느 정도의 성공이 있고 성공에도 어느 정도의 실패가 있다. 고난에는 축복이, 미움에는 사랑이, 원인과 결과에는 미처 눈치채지 못한 우연이, 질서 속에는 혼돈이 있다. 완전한 악인도 완전한 선인도 없음을 아는 사고방식이다. 나는 이런 생각을 좋아한다. 소노 아야코는 이 가치관을 바탕으로 담담하고 통찰력 있게 세상을 해석한다.
이번 책은 제목부터 마음에 들었다. 내 마음에 새겨진 한 가지 생각은 ‘적당한 악’과 공생하는 것이다.
내 안에는 필연적으로 악이 존재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다. 타인에게도, 이 세상에도 그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인다. 바로 거기에서 인간성이 솟아난다. 자기 안에는 악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에게서는 인간의 냄새를 맡을 수 없다.
책은 끊임없이 인간적이기를 말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나쁜 사람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고, 미움받을 만한 구석을 가진 사람일 수 있다. 그것과 함께 살아간다.
이 사고방식은 내 안에 조금의 자유를 허락하는 것 같았다.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일은 물론 의미 있다. 하지만 노력하기 전에 언제나 내가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해야 한다. 이미 내게 주어진 것과 앞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나는 당장 완전히 선한 사람이 될 수 없다. 이미 내 안에 있는 것은 적당히 계산적이고 약삭빠르며, 은밀히 미워하고 게으른 모습이다. 이것을 조금 더 분명히 인지한 채 타인과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 인정 속에서 약간의 자유가 생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