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재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사랑의 선택과 말하지 않은 여백이 만드는 매력

By recoen2022-05-24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500자 소개

“브람스를 좋아하세요?”라는 시몽의 질문에 폴은 문득 자신이 진정 사랑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한다. 이제껏 스스로 무엇을 진실하게 좋아하는지 물어본 적이 없음을 깨달은 폴은 로제와 시몽 사이에서 진정한 사랑을 찾는다.

촉망받는 변호사이자 젊고 잘생긴 시몽은 폴을 향한 열렬한 사랑을 드러낸다. 하지만 두 사람의 나이 차는 열네 살이다. 반면 로제는 폴과 6년간 사랑을 나누며 애정을 쌓아온 관계다. 그런 로제는 바람둥이다. 안정감이 필요할 때면 폴을 찾지만 언제나 자유로운 영혼과 사랑을 추구한다.

두 사람 사이에서 폴은 과연 진실로 자기 것이라 말할 수 있는 사랑을 선택했을까? 그 선택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갈까? 이 삼각관계의 로맨스를 프랑수아즈 사강의 흡입력 있는 문체로 읽어나갈 수 있다.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나는 이 문장이 브람스를 좋아하라는 권유인 줄 알았다. 소설을 읽으며 이것이 질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만 그 문장이 의미하는 바를 명확히 이해하려면 당시의 문화적·시대적 배경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매력적인 시몽

시몽이라는 인물이 참 매력적이었다. 무엇이 그를 그렇게 만들었을까? 생각해보면 그는 언제나 말투와 행동에 여백을 두었다.

예를 들면 이렇다.

  1. “차에 타세요”라고 말하는 대신 말없이 차 문을 연다.
  2. 함께 계단을 내려가다가 “잠시 나와 대화합시다”라고 말하는 대신 구두 소리를 멈추고 서 있다. 갑자기 사라진 발걸음 소리에 상대는 돌아볼 수밖에 없다.
  3. 대화 중 필요한 순간에 침묵을 지켜 상대가 그 상황을 의식하게 한다.

모든 것이 꽉 차 있으면 매력이 없다. 늘 약간의 여백을 남겨 상대가 참여할 여지를 열어두는 사람은 매력적이다.

폴의 선택

폴은 진짜 로제를 사랑해서 그를 선택했을까? 로제가 다시는 바람을 피우지 않으리라 믿었을까? 알 수 없다.

어쨌든 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말이 통하지 않는 인간의 모습을 다시 떠올렸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선택이 어리석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감정이 이끄는 불가항력적인 선택에 굴복한다. 인간은 때로 무기력한 존재다.

사강의 책

사강의 책을 읽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첫 번째는 『슬픔이여 안녕』, 두 번째가 이 책이다.

두 권을 읽으며 그의 소설은 흡입력이 정말 좋다고 느꼈다. 읽어 내려가는 일이 어렵지 않고 재미있게 술술 읽힌다.

다만 문학적 장치나 하나의 이야기에서 길어 올릴 깊은 교훈을 추적하는 재미는 부족했다. 어쩌면 내가 문학을 잘 이해하지 못한 탓일 수도 있다. 그래도 내가 읽었던 다른 문학, 특히 고전문학에 비해 깊이가 부족하다고 느낀 것은 사실이다.

주제 /Literatu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