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가드닝
초보 콘텐츠 생산자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씨앗을 심는 법

『콘텐츠 가드닝』은 트레바리 독서모임 ‘나로부터 시작하는 콘텐츠’에서 읽은 책이다. 이 클럽을 선택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이 책이 매력적으로 보였던 것도 중요한 이유였다. 첫인상만큼 내게 유익한 책이었냐고 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것 같다. 딱 지금의 나에게 적절한 책이었다.
책은 초심자가 어떻게 콘텐츠 생산자의 길로 들어설 수 있는지 여러 조언을 건넨다. 처음부터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시작조차 못하는 사람, 이미 잘 만들어진 콘텐츠를 보고 지레 겁먹은 사람에게 “꼭 그럴 필요 없어. 일단 시작해도 괜찮을걸?”이라고 근거 있게 위로해주는 듯했다.
내가 독후감을 쓰는 이유는 여럿이지만, 대개 책을 읽고 꼭 기억하고 싶은 부분과 언제라도 상기하고 싶은 내용을 기록하기 위해서다. 지금부터 적을 내용도 마찬가지다.
1. 콘텐츠 만들기를 가드닝으로 대하기
어쩌면 책의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다. 경험 없는 초보자가 기획과 설계를 처음부터 잘할 수 있을까? 그럴 리 없다. 하지만 처음 콘텐츠를 만드는 우리는 기획도, 설계도 잘해보겠다고 잔뜩 힘을 준다. 책은 그런 우리의 어깨에 손을 얹고 말한다. “힘 빼. 호흡을 가다듬고 일단 한 발을 내딛는 거야.” 그 이야기를 ‘가드닝’이라는 키워드로 전한다.
사실 나는 가드닝을 해본 적이 없어 단어 자체가 크게 와닿지는 않았다. 그래도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는 이해했다. 시작부터 잘하려고 애쓰지 말자는 것이다. 일단 씨앗과 묘목을 심고 물을 주자.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며 그 모양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호흡을 맞춰가자는 것이다.
이 말은 묘하게 위로가 되었다. “초보자가 설계를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니 엉망이 될지도 모르는 씨앗이라도 심고 어떻게 자라는지 지켜보자.” 콘텐츠 생산자로서의 삶을 이제 막 시작하려는 내 어깨에는 힘이 잔뜩 들어가 있었고 고민도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이 이야기는 내게 시작할 힘을 주었다. 그리고 다음 내용과 함께 이해할 때 더 큰 위로가 된다.
2. 가드닝이 실패해도 가드닝 실력은 남는다
가드닝으로 대하자는 말도 힘이 되었지만, 무엇보다 가드닝을 하고 나면 그 실력이 내 안에 남는다는 점이 크게 와닿았다.
베타 콘텐츠의 가장 큰 이점은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처음 다트 던지기를 해보는 사람이 있다고 하자. 이때 50m 떨어진 과녁에 다트를 한 번 던질 때와 10m 떨어진 과녁에 다트를 5번 던질 때, 어느 쪽이 더 빨리 실력이 늘겠는가. 어려운 방식으로 한 번 연습하는 것에 그치기보다 쉬운 방식으로 여러 번 시도하는 것이 가드닝에 유리하다.
— 『콘텐츠 가드닝』, p.62
하지만 그 대신 콘텐츠를 기르는 능력이 남았다. 이렇게 기르는 힘을 길러두면 나중에 예기치 못한 씨앗이 찾아왔을 때 싹을 틔울 수 있다. 초심자가 보잘것없는 씨앗을 갖고서라도 가드닝을 해보는 경험이 필요한 이유다.
— 『콘텐츠 가드닝』, p.152
많은 사람이 실패를 두려워해 시작하지 못한다. 나도 마찬가지다. 실패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면 진작 많은 콘텐츠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실패하지 않으려면 실력이 있어야 하고, 실력을 갖추려면 크든 작든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실력은 갖추고 싶지만 시행착오는 겪지 않겠다는 마음은 도둑놈 심보다.
책은 당장 성공을 경험하려 하기보다 콘텐츠가 자라날 수 있도록 계속 심어보라고 말한다. 큰 것이 아니더라도 작게 시도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어보는 것이다. 그것이 실패해도 만들어나간 경험은 내 안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고스란히 나의 능력이 되어 다음 콘텐츠를 만들 때 순수한 힘이 되어줄 것이다.
이 이야기는 내게 용기가 되었다. 실패해도 괜찮다. 일단 만들어보자. 만드는 과정 자체가 내게 능력을 가져다줄 것이다.
3. 콘텐츠 기획법: 의미와 구성 부여하기
기획이란 두서없이 나열된 것들을 의도에 맞춰 재정렬하는 것이다. 정보의 배열만 바뀌었는데도 사용자는 정렬된 정보를 통해서 중요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무작위로 나열된 것들을 의도에 맞게 재정렬할 때 콘텐츠에 가치가 생겨난다.
— p.117–118
다산은 그에게 편지를 보내 신신당부를 했다. 체제공의 일대기를 단순히 시간 순으로 나열하지 말고, 네 가지 특징을 뽑아서 정리하라는 것이다. 체제공의 의리, 사업, 그의 문장과 덕행이라는 요소를 중심으로 새롭게 정렬해야 한 인물이 입체감 있게 드러난다고 보았다.
— p.117
콘텐츠를 만들 때 사건이나 지식을 단순히 나열해서는 안 된다. 독자에게 어떤 포인트를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하고 의미와 구성을 부여해야 한다. 나는 누군가에게 지식을 알려주고 가르치는 일을 좋아하는데, 나도 모르게 이 점을 늘 유념했던 것 같다. 지식만 나열하면 사람은 집중하기도, 이해하기도 어렵다. 왜 이 지식을 설명하는지, 그것이 당신에게 어떻게 도움이 되는지 포인트와 키워드를 먼저 제시한 다음 하나씩 풀면 사람들은 집중하며 정돈된 지식을 가져갈 수 있다. 콘텐츠를 만들 때도 같은 원리로 적절한 의미와 구성을 부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4. 콘텐츠 가드닝을 하며 물어야 할 질문
책은 여러 단계에서 물어야 할 질문을 소개한다. 내가 콘텐츠를 만들 때 좋은 방향이 되어줄 것 같아 기록해둔다.
콘텐츠의 씨앗을 발견할 때 — p.31
- 이 씨앗이 내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 나는 왜 이 주제를 매력적으로 느꼈을까?
- 이 씨앗을 통해 나는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 걸까?
콘텐츠가 드러내려는 가치를 점검할 때 — p.128
- 결국 전달하고 싶은 가치는 무엇인가?
- 그 가치를 더욱 선명히 전달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 나 자신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가 맞는가?
독자를 대할 때 — p.130
- 상대방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일까?
- 어떤 기분으로 이 자리에 나올까?
- 나한테 무슨 질문을 하고 싶어 할까?
가드닝을 이어갈 때 — p.196
- 내 가드닝에서 무엇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여겨야 할까?
- 가드닝이 순조로워지려면 무엇을 먼저 시작해야 할까?
- 내가 붙잡고 있는 것이 지금 단계에서 반드시 필요한 일인가?
- 여러 중요한 것들 가운데 이 시점에 필요한 일은 무엇인가?
책은 이제 입문자의 위치에 있는 내게 위로와 적절한 조언을 건넸다. 덕분에 한 걸음을 뗄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달부터 본격적으로 하나씩 콘텐츠를 만들어나갈 생각이다. 책의 조언을 기억하며 훌륭한 가드너가 되어보고 싶다.
마지막으로 기록해두고 싶은 문장들
책에서 내 생각과 맞닿은 지점을 발견하거나 곱씹을 만한 문장을 만났다면, 그것을 어떤 형태로든 메모로 남겨보라. 저자의 문장을 그대로 적어도 좋고 내가 이해한 대로 간단히 요약해도 좋다.
— p.39
이렇게 메모한 것들은 모두 콘텐츠의 양분이 된다.
콘텐츠 모델을 찾아보자. 다른 사람이 만든 콘텐츠에서 내 콘텐츠에 적용할 수 있는 속성을 발견하고 가이드로 삼는 것이다. 모델에서 구체적인 힌트를 얻는 것이다. 이를테면 책의 목차나 글쓰기 스타일, 혹은 스토리텔링 방식 등이다. 눈에 띄지 않는 내밀한 속성도 참고할 수 있다. 내 콘텐츠에서 어떤 분위기가 느껴지기를 바라는지, 혹은 어떤 정서를 전달하고 싶은지 생각해보는 것이다.
콘텐츠 모델을 찾는 행위를 통해 내가 만들 콘텐츠의 모습을 점점 더 뚜렷하게 그릴 수 있다.
나만의 콘텐츠를 기를 때는 세 가지를 염두해야 한다. 만드는 방법을 궁리하는 것(창작법), 잘 만든 콘텐츠란 무엇인지를 통찰하는 것(창작물), 콘텐츠를 만드는 사람 그 자신(창작자)에 대해 성찰하는 것. 이 세 가지가 고루 중요하다.
— p.61
기억해두어야 할 내용이다.
맥락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접목할 때 생겨난다. 자신이 콘텐츠를 통해서 하고자 하는 이야기와 누구나 관심 있을 법한 이야기를 서로 기대어 놓는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자신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로 독자를 초대할 수 있다.
— p.98
흥미를 끌기 어려운 소재도 흥미로운 콘텐츠로 만드는 방법이 될 것 같다.
목적지는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과정으로서 존재하는 법을 배워나갔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온전한 과정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 그렇게 과정은 다시 새로운 과정을 낳았고, 그것들이 연결돼 비로소 내가 걸을 수 있는 길이 되었다.
— p.228